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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5-푸른볼의 청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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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영인(시메온) 댓글 0건 조회 793회 작성일 2018-04-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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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볼의 청년이



배갑직(요셉)

사도들의 모후Pr.1500차 주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도들의 모후Pr.이 1982년 8월 2일 처음으로 성모님 앞에 촛불을 밝혀 오늘까지 29년 동안 이어져 왔음은 현재의 단원은 물론이고 사도들의 모후Pr.를 거쳐 간 수많은 단원들의 수고와 인내 특히 성모님의 가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믿습니다.

저는 1985년 사도들의 모후Pr.에 입단하여 지금은 ‘바다의 별Pr.’ 단원인 배갑직(요셉)입니다. 제가 옛날의 사도들의 모후Pr.를 거쳐 간 사람 중 한 사람이기에 아마도 1500차 주회 축하 글을 부탁한 것 같습니다. 사도들의 모후Pr.는 제가 짧지 않은 레지오 활동을 하는 동안 아주 특별한 경과를 기억하는 Pr.입니다.
영세를 받고 가입한 첫 단체가 사도들의 모후Pr.이였습니다. 레지오 좀은 익숙해진 어느 해인가? 정확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전병관(안드레아)님, 김판돌(요셉), 김갑수(유스티노)님, 진태원(루까)님 지금은 선종하신 호방하고 사람 좋은 이성호(바오로)님, 한부건(안토니오)님 그리고 저 이렇게 몇이서 11월 저무는 날에 석전신협 앞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한 달간 하게 되었습니다.

성모님께 무엇인가 봉헌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요. 두사람이 일조가 되어 정하여 돌아가면서 매일 군고구마를 구워 팔았지요. 고구마를 굽는 당번이 아닐 때면 땔감 구하는 일, 생고구마 구매하는 일, 땔감을 잘게 부수는 일, 봉지 접어 오는 일 등 이렇게 대충 나누어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하여 리어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형제도 있었고 “군고구마 사려”하는 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돌아 길가는 사람이 “그렇게 호객하여 고구마 팔 수 있겠소?”하는 격려도 들었습니다. 제 경우는 직장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봉급이 적어 고구마 판다는 농담이 제직장(병원)에 돌기도 했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인정이란 이렇게 달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밤 11시 30분경에 장사를 마치는데 팔고 남은 고구마 처리가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마음으로 사 가시는 분들 때문에 대부분 다 팔렸습니다. 특히 레지오 회합시간에 봉지! 봉지 싸가지고 가면 고맙게도 흔쾌히 팔아 주었습니다. 그래도 남으면 서로 서로 나누어 “땡” 처리를 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없었고요. 그 때만
해도 군고구마가 간식거리였고 사람들에게는 인정이 있었습니다. ‘행색을 보니 군고구마 장사군은 아니네!’하며 일부러 사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같은 업소에 주인이 매일 바뀌네!’하며 사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하여 그 때 군고구마 사 주신분들과 Pr.단원들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아마 그분들은 그 뒤로 하시는 일마다 다 잘되시고 복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장사재미가 솔솔하다 못해 행복했습니다. 재미면 재미지 무슨 행복하실지 모르지만 형제들이 자기 당번이 아닌 데도 너나 할 것 없이 밤 9시쯤이 퇴근길이 되면 피곤을 참고 모두들 매일같이 고구마 마차에 나타나 그날 당번의 저녁을 사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곁에 있는 포장마차 국밥과 순대는 물리도록 먹었습니다.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차라리 그 돈 모아 불우 이웃돕기를 하는 것이 고구마 파는 것보다 낫겠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만큼 서로를 아껴 주었습니다. 서로를 아끼는 형제애가 없었다면 그 일은 몇 일하다가 그만 두었을지도 모를 터였는데 형제애에 취해 뽕 맞은 사람처럼 비몽사몽간에 고구마를 신나게 구워 팔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때의 경험이 훗날, 문득 만족과 기쁨의 차이가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앎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쁨은 받을 때 오며 그것은 얻어지는 것의 크기에 비례하지만 만족은 줄 때 오며 크기와 무관하더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주는 것, 특히 돌려받을 생각 없이 줄 때는 주는 것의 크기나 다과와 관계없이 만족의 정도가 같더라는 것입니다. 기쁨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곳이 남아 있지만 만족은 더 채울 빈곳이 없는 퍼펙트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더는 부족함이 없는 만족의 순간, 이것이 참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족이 순간이 아닌 일상으로 확장시켜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주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삶을 배우는 것 이것이 신앙생활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사람이 순간을 살지 못하고 세월을 사는 것은 몸에서 생긴 자아 때문이라고 합디다. 그래서 주님은 “자기를 버리라 하셨고!” “과거의 마음 없고, 미래의 마음도 없고, 현재의 마음도 없고 존재하는 것은 오직 순간뿐인데 성인은 자기가 없어 순간을 살기 때문에 언제나 행복하다”


어느 날! 회합시간에 샛별Pr.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신지체장애자인 안젤라 자매님 혼자서 호도를 지키고 있는데 우리 가운데 몇이 가서 함께 불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하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특별히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냥 말이 나왔습니다. 상의 끝에 전병관(안드레아)님, 이성호(바오로)님, 변광호(바오로)님 그리고 저가 가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변화를 싫어합니다. 특히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가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몇 분이 자원을 했고 그렇게 해결되었습니다.

샛별Pr.에서 호도를 지키고 있는데 구신부님의 지시로 다시 바다의 별Pr.과 호도를 합치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별Pr. 샛별Pr.이 모이는데 어느 호도로 하느냐는 별들의 전쟁(?) 끝에 간단하게 “오래된 호도를 쓰자”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촛불이 꺼진 샛별Pr.은 그 후 성모님의 은총으로 다시 불이 환히 밝혀진 것으로 압니다. 사회에서는 한번 망한 회사가 다시 세워지려면 다른 이름을 붙여야 가능한데, 참 신비롭지요. 송구함을 벗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레지오를 한지 26년이 되었네요. 고참 선배님들께 비하면 부끄러울 같습니다만 31살부터 시작한 셈이 되네요. 이참에 그동안 제가 레지오를 하면서 저의 불성실로 속상한 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저의 철없음과 불필요한 개성이 빚은 일임을 자인합니다. 머리 숙여 가슴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끝으로 사도들의 모후Pr. 1500차를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저희 때는 사도들의 모후Pr.단원들은 연령이 30대였는데 지금 보면 그 때보다 연대가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수 양 깊은 분들이 촛불을 밝히고 계신 것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사도들의 모후에서 푸른 볼로 레지오를 시작한 청년이 어느 듯 직장에서 정년을 맞고 사회에서는 은퇴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제 청춘은 사도들의 모후Pr.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습니다. 저를 레지오에 첫발을 놓게 한 사도들의 모후Pr.에 감사드립니다. 세상의 나이든 모든 단원들이 남은 시간 열심한 레지오 활동으로 영성을 닦아 생명의 근원인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하나 되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생생한 증언입니까? 2011.4.27.에 발간된 사도들의 모후Pr.1500차 기념집에 게재되었습니다. 생생한 체험들이 계속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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