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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못 편 눈물의 영결식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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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호(루카)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2019-03-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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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안내판 어디에도 학생들 이름은 없었다. 장례를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유가족 뜻에 따라 외부인 출입도 엄격히 제한되었다. 영결식은 가족과 친지, 친구와 선생님들만 참석한 채 눈물 속에서 진행되었다. 발인을 마친 운구 차량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학교로 향했다. 정든 친구들과 교사, 이웃들이 마지막 등굣길을 지켰다. 길고 고된 그 수험생활을 마친 지 이제 한 달여, 가슴속 한가득 품었던 꿈은 화장한 뒤 한 줌의 재로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이는 지난 연말 강릉 펜션 유독가스 질식 사고로 숨진 대성고 학생 3명의 영결식 엄수의 보도 내용이다.

이때만 해도 7명의 동료 학생은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이 사경을 헤매던 지경이라 국민의 슬픔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 어른들 잘못으로 빚어진 이 사고로 꿈도 못 편 채 하늘나라로 간 우리 학생들에게는 기도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당시 그 엄청난 사고에 차분히 대처하는 국민과 언론, 유가족의 성숙된 모습, 나아가 병원 당국의 헌신적인 협조는 참으로 감동스러웠다. 이에 힘입어 불행 중 다행이랄까 중환자실의 그 학생들은 전원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네 곳곳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으로 모두가 마음 다잡아 봐야 할 것 같다. 태안화력발전소의 24살 청년의 죽음에서 하청과 비정규직의 상황이 실제로 어떠한지를 확연히 드러내었다. 2016년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도 똑같은 하청노동의 실체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컵라면을 유품으로 남겼다. 태안발전소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그의 일과표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한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쉴 틈이 없는 노동, 이게 하청 일의 본질이다.

이런 죽음이 노동 현장 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지만, 현실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생명이 경시되는 살인적 구조는 바뀌어야만 한다. 가만히 앉아서 강요된 죽음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이런 제도와 구조를 방치하고 합법화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결코 아니다. 끝으로 자식을 먼저 보낸 3명의 학생 부모님께 용기를 잃지 마시길, 꼭 두 손 모아 거듭거듭 기도드리고 싶다.
박윤식 (에밀리오) 수필가,교구가톨릭문인회,
가톨릭마산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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