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의 말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영화 "변호인"의 말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보부 댓글 0건 조회 866회 작성일 2014-02-15 23:31

본문

b9dac0b1bdc4.jpg 영화 ‘변호인’은 특정 누군가를 말하는 게 아닌 보편적 내용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헌법에 대하여 이영화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고. 하지만 영화는 의당 국민에게 있어야 할 그것이 어느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에만 있다는 슬픈 내용을 너무나 진지하게 토로한다. 그리고 지우고 싶은 그 슬픈 현실은 이미 가버린 그 시대의 것이 아닌, 마치 이 순간 어디 가까이 있는 것으로 진하게 느끼도록 이끈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이 명확한 증거를 가지지 않은 채, 누구를 범인으로 몰고자 권력을 이용한다는 것에 주위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가 끝나도 그 슬픈 현실이 어쩜 나의 것인 양, 그 무언가를 조바심으로 돌아보게 한다. 혹시 나도 감시당하는 건 아닌지를. 영화를 보면서 느낀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언젠가 나도 저 피해자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을까 조바심도 든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변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든다. 그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곧 ‘국민이 국가’이기에 그럴 거다.

영화가 소재로 삼은 건 부림 사건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사회과학 독서모임 회원들이 영장도 없이 잡혀가 불법 감금되어 길게는 두 달 동안 구타와 온갖 살인적 고문을 당한다. 80년 광주사태에 놀란 신군부가 부산지역 사상단속 차 조작한 용공 사건이었다. 영화 속의 그 무시무시한 고문과 공안정치가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날조된 조작들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기억 한구석의 낯설지 않은 그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반복되는 공판과정에서의 권력자의 파렴치한 부도덕한 관행에 울분과 권력에 법치가 망가진 현실에 잠시 슬픔에 잠긴다.

영화 ‘변호인’은 한 속물 변호사의 영웅담이 아닌 법에 충실해지려는 원칙주의자가 펼치는 휴먼 드라마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우 진영의 사상적 관점이 아닌 국민이 국가라는 논리를 유도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누군가의 변호인이 되어야 함을 느낄 거다. 곳곳에 도사린 가진 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감은 물론.
특히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의 계명을 절실히 일깨우는 수단이 되는 것 같다.

그분은 언제나 약자 편에서라 하셨다. 이게 그분 최후의 계명인 ‘작은 이’ 사랑이다. 지금 주위에는 온갖 수모로 버려진 이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모두가 이들의 변호인이 되라고 영화는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그들의 당당한 변호인이 되지 않으면 언젠가, 아니 우리 자식들이 저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은 ‘작은 이’가 될 거라고 영화는 힘주어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박윤식(에밀리오) 시인
가톨릭마산(2014.02.09)에서 옮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 천주교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동 성당  (우)51317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옛2길 128
  • 전화 : 055-292-6561  팩스 055-292-8330  주임신부 : 055-292-6560  보좌신부 : 055-292-6568  수녀원 : 055-292-6562
  • Copyright ⓒ Yangduk Cathedral of the Masan Diocese.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