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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을 회복하는 정화의 시기 /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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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큰빛 댓글 0건 조회 988회 작성일 2016-02-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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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gif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의 주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사십 일 동안의 기간이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이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정화의 기간에 차분히 우리의 부활을 준비하자. 해마다 이즈음이면 나누고 베풀자는 외침을 듣는다. 가족과 자주 만나는 이웃을 떠올려보자. 그들에게 먼저 베풀지 않으면 ‘달라는 삶’으로 바뀌게 되리라. 거지는 단순히 얻어먹는 이가 아니다. 무조건 달라는 이다. 그래서 주지 않는다고 늘 섭섭하게 생각한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인 오늘, 기도와 단식과 자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웃의 작은이에게 눈을 두라고 가르친다. 배품의 선행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세우지 않고 숨겨 두는 데에 있단다. 다른 이의 인정을 받기 위한 선행은 인정받는 것으로 끝날 뿐 더 이상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선행은 다른 이에게서는 아무런 갚음도 받지 않기에, 오직 그분께서 우리에게 갚아 주실 것이리라.

그러니 가까운 이들께 먼저 베풀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물질이든 애정이든 그렇게 주고는 잊어야만 한다. 적선하라고 하면 돈과 재물로 도와야만 된다고 너무너무 쉽게 연관 짓기가 십상이다. 늘 만나는 이들과 이렇게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하면, 늘 만나는 주님과도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없다. 남을 돕는다고 해서 다 적선이 아니다. 진정한 적선은 남모르게 하는 것이다. 오른손도 왼손도 모르게. 그래야 ‘하늘의 힘’이 함께한다.

중국 연나라에 활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활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연나라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연나라 사람이 주울 것이기 때문이란다. 공자께서 이 이야기에 한마디 하셨다. “연나라라는 말을 뺐더라면 더 좋았다.” 그러자 노자께서 공자의 말에 토를 다셨다. “사람이라는 말까지 뺐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리라.”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3-4)’ 이렇게 자선은 남모르게 하는 거다. 남이 알면 자선이 아니라 자랑이다. 그런데도 자선이란 명분으로 자기를 선전하는 이들이 쾌나 많다. 안하는 것보다는 좋다나. 그러나 예수님은 숨은 일도 보시는 그분께서는 분명히 아신단다.

사실 배품에서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은 돈보다는 사랑이다. 물질이 아니라 애정일 게다.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미소가 바로 적선이다. 남을 위한 작은 기도가 배품이 된다. 이렇듯 적선은 나눔이며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 갚음을 바라지 않고 베풀면 하늘의 기운이 함께한다. 밝아지는 인생을 체험하게 될게다. 속담에도 ‘적선하는 이는 귀신도 어쩌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악한 기운이 근접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만큼 하늘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여겼다. 언제나 마음이 먼저이리라.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 서양인의 묘지 비문에 종종 등장하는 새겨야 할 말이다. 언제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갈지 우리는 모른다. ‘오늘 이 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가장 살아 보고 싶었던 바로 그 내일이다.’ 하루하루가 머무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자. 하느님은 숨은 일도 보시는 분이시기에.

오늘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으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권고를 듣게 될 게다. 은총의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깨어 기도하고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시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이 시기는 삶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수행의 때이다. 진실한 인간, 진실한 그리스도인, 진실한 제자의 삶을 추구하며 자기다움을 회복하고자 하는 ‘회심의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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